서론‘가이단(怪談)’이라는 단어는 오늘날 일본 공포의 상징처럼 쓰이지만, 그 기원은 단순한 ‘무서운 이야기’에 머물지 않는다. 그것은 불교적 윤회 사상, 조상 신앙, 그리고 에도 시대의 도시문화가 교차하며 형성된 공포의 미학적 체계다. 이 글은 일본 괴담의 역사적 변천을 따라가며, 그 안에 숨어 있는 ‘이와이형(岩井型) 공포’ — 즉, 시각적 충격보다 정서적 여운으로 작동하는 일본식 공포의 뿌리를 탐구한다.가이단(怪談)의 탄생 — 에도 시대가 만든 공포의 형식‘가이단’이라는 단어는 문자 그대로 ‘이상한 이야기’를 뜻하지만, 에도 시대(17~19세기)에 들어서면서 이 단어는 완전히 다른 의미로 정착했다. 도시가 번영하고, 계급이 느슨해지던 시기 — 사람들은 사찰의 설법보다 서민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괴담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