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거울은 단순한 반사체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자신을 인식하는 최초의 도구이자,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시험하는 심리적 매개체다. 고대의 종교 의례에서 거울은 영혼을 불러내거나, 숨겨진 차원을 여는 도구로 사용되었다. 인간은 거울 속의 세계가 단지 반사된 이미지가 아니라, ‘또 하나의 현실’이라는 가능성을 오래전부터 직감했다. 심리학적으로도 거울은 자아의 분리와 통합이 일어나는 무대다. 프로이트는 거울을 ‘자기 동일성의 발명품’이라 불렀고, 라캉은 유아가 거울을 통해 ‘자기’를 인식하는 순간을 정신 구조의 기원으로 보았다. 그러나 고대인들에게 거울은 단지 자아의 도구가 아니라, 신과 영혼을 연결하는 문이었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거울 의식’은 죽은 자의 영혼과 대화하거나, 타세계로 통로를 여는 의례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