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공간의 잔향 — 묘지가 내는 소리의 정체묘지는 침묵의 공간이지만, 진공은 아니다. 그곳에는 미세한 음향적 사건들이 끊임없이 발생한다. 나뭇잎의 마찰음, 땅속에서 올라오는 미세한 공기 흐름, 그리고 묘비 사이를 타고 흐르는 바람의 주파수까지 — 음향학적으로 묘지는 ‘저주파 공명대역(low-frequency resonance field)’ 을 형성한다. 이 공명은 인간의 귀에는 거의 들리지 않지만, 뇌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묘지에 들어서면 누구나 묘한 정적과 긴장감을 느낀다. 그건 초자연적인 공포가 아니라, 공간의 물리적 울림이 신경계를 자극하는 현상이다.묘비석은 대체로 석회암, 화강암, 또는 대리석으로 만들어진다. 이 재질은 음향적으로 반사율이 높고, 흡음률이 낮다. 즉, 소리가 한 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