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하게 눈이 부신 공포미드소마를 처음 봤을 땐 이상했다. 공포 영화인데, 어둡지가 않다. 모든 게 환하게 빛나고, 사람들은 흰옷을 입고, 꽃이 피고, 새가 운다. 그런데 그 안에서 나는 이상하게 불안했다. 너무 평화로운 게 오히려 섬뜩했다. 햇빛이 내리쬐는데도, 그 빛이 따뜻하지가 않다. 영화가 끝날 때쯤엔 ‘밝음도 사람을 미치게 할 수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하게 나도 한동안 여름만 되면 이 영화가 떠오른다. 햇살 좋은 날에 외출하다가 갑자기 기분이 이상해질 때가 있다. 햇빛이 너무 강하면 그림자가 사라지잖아. 그 순간, 뭔가 나 자신이 없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게 딱 미드소마 같다. 공포는 어둠이 아니라, 모든 걸 너무 똑똑히 볼 수 있을 때 생긴다.이별, 불행, 그리고 신앙의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