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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힐 — 안개 속에서 길을 잃은 건 결국 우리였을지도

안개, 그 이상한 감정사일런트 힐을 다시 봤다. 예전에 봤을 때는 그냥 괴물 나오는 공포 영화로만 기억했는데, 이번엔 좀 달랐다. 영화보다 그 공기, 그 안개가 더 오래 남았다.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숨 막히는 것도 아닌데 계속 눌려 있는 느낌. 그 도시의 소리도 이상하다. 종소리가 멀리서 울리는데, 공간이 무한히 늘어나는 것 같달까. 가끔 현실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다. 아무 일도 없는데 갑자기 공기가 이상하게 바뀌는 때. 그때마다 나는 이 영화 생각이 난다.무속에서 안개는 경계라고 한다.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의 경계, 현실과 비현실의 틈. 그 말이 진짜인 것 같다. 사일런트 힐은 귀신보다 그 ‘틈’ 자체가 더 무섭다. 주인공이 딸을 찾으러 들어가지만, 보다 보면 그게 딸 때문인지 자기 자신 때..

카테고리 없음 2025.10.29

타자의 그림자 — ‘곡성’의 오컬트적 불안

타자의 그림자 — ‘곡성’의 오컬트적 불안영화 의 공포는 귀신보다 인간에게서 비롯된다. 이 작품이 탁월한 이유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인간의 불안을 해부하기 때문이다. 낯선 외지인, 알 수 없는 병, 무너지는 공동체. 이 모든 것은 한국적 오컬트의 핵심 구조인 ‘타자에 대한 공포’를 시각화한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무속신앙에서 말하는 “신의 부재가 만든 혼돈의 시간”을 떠올린다. 신은 침묵하고, 인간은 불안을 신의 형상으로 바꾸어 숭배한다.외지인(쿠니무라 준)은 영화 속에서 끊임없이 ‘해석되지 않는 존재’로 남는다. 그는 귀신이면서 인간이고, 피해자이면서 가해자다. 그 애매함이 바로 이 영화의 오컬트적 불안을 만든다. 무속에서는 이런 존재를 ‘경계의 신(神)’이라 부른다. 신과 마귀의 구분이 ..

카테고리 없음 2025.1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