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여느 취재보다 공기가 묘했다. 서울 외곽의 작은 굿당, 대문 앞엔 돼지머리와 막걸리, 그리고 붉은 천이 걸려 있었다. 안쪽에서는 북이 둥둥 울리고, 누군가 외쳤다. “장군님, 어서 자리 받아라! 이 몸이 받들겠나이다!” 굿판의 중심엔 보살님이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단호했고, 손끝엔 떨림이 없었다. 작두의 날은 번쩍였고, 그 위로 맨발이 올랐다. 이번 취재의 목적은 단 하나였다. ‘왜 그들은 다치지 않는가?’ 그러나 곧 깨달았다. 이건 상처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방식이었다.신의 자리, 인간의 도구 — 작두의 기원과 역할작두는 본래 볏짚을 자르는 농기구였다. 그러나 무속의 세계에서 그것은 ‘귀신을 베고, 악귀를 끊는 신의 자리’로 바뀌었다. 의식이 시작되자 북소리가 높아지고, 보살님이 붉은 비단을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