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사람은 죽음 이후의 세계를 두려워하면서도 끊임없이 상상해왔다. 그 상상은 단순한 종교적 믿음을 넘어, 한 사회의 윤리와 세계관을 반영한다. 동아시아의 고전 문헌 속에는 저마다의 사후세계가 등장한다. 한국에는 ‘저승’이, 일본에는 ‘요미(黄泉)’가, 중국에는 ‘명부(冥府)’가 있다. 세 나라는 지리적으로 가까우나, 죽음의 문턱을 넘어선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은 미묘하게 다르다. 이 글은 고전 문헌과 신화를 연구하는 시선으로, 세 세계가 공유하는 사상적 구조와 차이를 탐색해본다.죽음 이후의 길 — 동아시아 사후관의 기원과 구조죽음은 언제나 경계의 개념이었다. 고대인에게 ‘죽은 자의 길’은 단순히 삶의 종말이 아닌, 또 다른 질서로의 이동을 의미했다. 한국의 ‘저승’은 샤머니즘과 불교가 뒤섞인 세계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