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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살롱에서 시작된 유령 탐사

영매와 실험실의 만남19세기 살롱에서 시작된 유령 탐사 — 영매와 실험실의 만남오늘날 우리가 ‘고스트헌팅’이라 부르는 행위는 단순한 오컬트적 놀이가 아니라, 19세기 유럽의 과학 실험실에서 시작된 하나의 탐구 형태였다. 산업혁명으로 기술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 인간은 ‘보이지 않는 것’을 관찰하고 싶어 했다. 그것이 전자기파이든, 혼령의 흔적이든 간에 말이다. 1848년, 미국의 폭스 자매가 영혼과 교신했다고 주장한 사건은 이 호기심에 불을 붙였다. 탁자 두드림, 자동필기, 심령사진은 모두 그 시기부터 등장했다.당시 과학자들은 이 현상을 단순한 미신으로 치부하지 않았다. 그들은 영혼의 존재를 ‘물리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고 믿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심리학자 헨리 시지윅, 물리학자 윌리엄 크룩스 같..

카테고리 없음 2025.10.13

짐승의 몸에 깃든 혼 —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서

짐승의 몸에 깃든 혼 — 인간과 동물의 경계에서한국과 동아시아의 괴담 속에서 ‘짐승’은 단순한 동물이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넘지 말아야 할 경계, 혹은 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낸 그림자이기도 하다. 현장을 다니다 보면 노인들이 이렇게 말하곤 한다. “그 여우는 사람 말귀를 알아들었어.” 그 말 속에는 단순한 미신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의 혼이 서로 뒤섞이던 세계관이 스며 있다.구미호나 백여우 같은 존재는 그 대표적인 상징이다. 여우는 지혜롭고 교활하며, 오래 살면 사람의 모습으로 변한다는 믿음이 있었다. 이 ‘변신’은 인간이 짐승을 두려워하면서도 닮고 싶어 했던 모순의 결과다. 무속에서는 오래된 여우가 여신(女神)의 형상으로 현현하기도 하고, 반대로 원혼의 껍질로 여겨지기도 했다. 인간의 감정이 미처 다 ..

카테고리 없음 2025.10.13

전염형 괴담 — 말하면 옮는다

서론괴담은 언제나 ‘이야기되는 순간’ 살아난다. 하지만 현대의 괴담 중에는, 이야기가 단순한 전달이 아니라 ‘감염’으로 작동하는 것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전염형 괴담이다. 이 유형의 공포는 귀신보다 빠르고, 영상보다 강력하다. 그것은 듣는 즉시, 말하는 즉시 퍼져나가며 ‘공유된 공포’라는 심리적 바이러스를 만들어낸다. 이 글은 슬렌더맨, 링, 그리고 ‘미스터 치킨맨’ 같은 현대 괴담을 통해 공포가 어떻게 감정·언어·네트워크를 타고 번지는지를 사회심리학적 관점에서 탐구한다.공포는 감염된다 — 괴담의 전파 구조전염형 괴담의 핵심은 “믿지 않아도 옮는다”는 전제에 있다. 즉, 이 공포는 신앙이나 미신처럼 ‘믿음’에 의존하지 않는다. 그 대신, 단 한 번의 언급만으로 청자의 마음속에 불안을 주입한다. 이 불안..

카테고리 없음 2025.10.12